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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관리 이야기

고객사 FCST 의 불확실성

김직장인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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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경에 고객사에서 생산이 급하다고 개발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한 제품이 있었다. 제품을 개발할 시간은 2달 남짓이었고, 12월과 1월에 개발해서 생산을 하면 2월에 바로 구매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니 12월에 무슨 개발을 시작해요? 
남들 연말정리하고 다들 재고 정리하면서 쉬어가는 시간 아닌가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개 졸병에 불과한 개발자중 1인인 나는 "네네 알겠습니다" 하고 개발에 착수(-_-) 했다. 크리스마스고 설날이고 뭐고 간에 2월에는 제품이 나가야 하니 1월 말까지는 샘플이 완성되야 했다. 1월말에 구정이 있어서 일정은 더 쪼였다. 

 

영업과 고객사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까닭에 사실 몇개를 구매할 건지 예상치(Forecast, FCST, 포어캐스트) 나 구매확정수량 (PO, purchase order, 피오) 는 정확하게 나온것이 없었다. 그러나 고객사가 얼마를 구매하는지는 생산관리, 영업의 일이지 지금의 나(개발자) 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어야 했다. -_-

 

결과적으로 몇달간 빡시게 개발해서 1월 구정 전에 샘플을 만들었고, 2월에는 출시가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자 이제 고객사에서 사가기만 하면 된다. 개발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는 고객사에서 사가는 족족 내 실적과도 연관된다. ㅋㅋㅋ 올해는 연초부터 실적이 두둑하게 쌓이겠구먼.

 

그런데 고객사에서 한주 두주가 지나도록 도통 구매소식이 없다. 불안한 마음에 뭔가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샘플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영업담당자에게 출하는 언제 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독촉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주뒤 영업담당자와 고객사와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HI, customer? 초도 물량이 몇개야? 미리 생산할 시간 줘야지~

 - 음 아직 물량은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 개발 다 끝났어, 제품은 이상없어 잘동작해, 몇개 정도 구매 할것 같아?

 - 제품 좋다 굳, 하지만 개수를 아직 모르겠다. 

한... 500개 정도 되니? 

 - 응 그정도 일듯.

 

500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우리 제품은 한개에 1불도 하지 않는다. 1불이라고 쳐도 500불이다. 이게 뭔소린가? 몇십만개가 팔려도 모자랑 지경에 500개라니? 고객사에게 당한 것인가? ㅠㅠ 고객사에게서 숫자라는 것을 듣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저 500개라는 숫자도 PO 를 정확하게 받은 것이 아니니 FCST 라고 봐야 한다. 그냥 물량 예상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매 수량이 너무 작으니 개발비용을 대신 내줘야 겠어! 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로 얼굴 붉히면서 해야 하는 이야기라 이후의 거래를 위해서는 감수해야 한다. FCST 는 이변이 없는 이상 이상치, 최대치이다. 과연 500개라도 팔릴런지는 불확실하다. FCST 는 언제나 불확실하고 생각보다 큰 수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발자는 또 하루 녹아버린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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