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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관리 이야기

중소기업 생산관리, 비둘기 잡으러 다닌 이야기 (난 생산관리인데...?)

김직장인 202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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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생산관리업무를 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전에 다니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 업체 였는데, 옥수수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나는 분명 생산관리로 입사를 했는데, 인력이 많이 부족한 회사였는지라 식품 공장에도 자주 투입되서 제품을 만드는 일을 돕곤했다. (내가 생산계획을 짜고 내가 제품을 만들고 내가 그 제품을 검수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 뭐 사회초년생들이 다들 그렇듯 위에서 시키면 하는거지 뭐 별 수 있나...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엑셀 만지면서 메일 보내다가 점심 먹고는 식품공장... 라인같은 곳에서 뭔가 삽으로 엄청난 작업을 했다. -_- 오후에는 검수하고 출하했다. 

문제발생

한적한 동네이 있는 시골공장답게 청소는 잘 하지 않았다. 청소를 안하니 우리의 원재료인 옥수수라던지 농작물 같은게 먼지처럼 날려서 공장과 주변에 널리 이롭게 퍼져있었다. 자연스럽게 비둘기나 참새가 모여들었고, 그 수가 점점 많아져 결국에는 생산관리 담당자인 내가 시간마다 공장 밖으로 나가 빗자루로 위협하며 비둘기나 참새를 쫓아내는 일도 했다. 그런데 이놈의 비둘기 쉐끼들이 내가 만만해 보였는지, 아니면 우리집 옥수수가 맛있다고 입소문이 났는지 그 수가 점점 많아졌고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것이 확신을 들었다. 더이상 사람의 힘으로 비둘기와 참새를 쫓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아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빗자루로 직접 타격을 해서 새를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설사 타격이 가능한다 한들 새의 육신은 누가 또 어떻게 치울 것인가? 썩으면 생산하는 제품에 더 안좋을 영향이 있을 것은 뻔하다.) 도대체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매일매일 옥수수를 강탈 당하고 있던 찰나에 사수분이 명함을 건네 주며 말했다. "포수가 필요하다"

사수의 문제 해결법

역시 중소기업 오래 다니면 일당백이 되고 다재다능해진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 말이 아니었다. 포수라니! 나는 살면서 포수라는 말은 야구외에 전래동화에서나 볼법한 단어 였다. 그리고 포수협회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런 단체가 존재했고 돈을 주고 계약을 하면 포수가 파견되어 일정 기간 총으로 새를 잡아준다고 했다. 이놈의 비둘기들이 여간 영악한게 아니라서 실제 비둘기를 타격하고 끔찍한 현장을 보여주지 않으면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고 하더라. 이게 무슨 만화같은 일인가? 탐정(=포수) 를 불러서 도둑(=비둘기)을 잡아달라고 해야 하다니? 한편으로는 신기한 업무를 한다는 두근거림도 있었지만 이내 진정하고 생각했다. 아니 난 생산관리 담당자인데? 포수를 불러서 비둘기를 잡아야 하는 것도 내 일인가? 아니 공장장님? 이게 무슨 일이오?

해피엔딩

결국 포수분들과 계약을 했다. 며칠동안 몇마리를 잡아서 시체까지 처리하기로 계약이 되자 바로 장총을 들고 포수분들이 오셨고, 효과는 탁월했다! 며칠간 공장 주변에 총소리가 울려퍼졌고 굉장한 실력으로 비둘기와 참새를 잡았다. 그 학살현장을 목격한 생존둘기들은 혀를 내두르며 "아니 옥수수좀 먹었다고 이런식으로..." 라고 떠났고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와... 아직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아니 농경사회(?) 구나 라는걸 새삼 실감했고 나는 생산관리 부서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하며 얼마후에 이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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