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VS 사람, 생산관리는 시스템이 필요한가?

생산 관리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초반에 두루두루 드는 생각이 있다. 

어? 이정도면... 내가 그냥 혼자 해도 잘 할 수 있겠는데? 꼼꼼히하면 되는거 아닌가?

처음 회사를 들어갔을 때도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것 저것 중요한 사항들을 잘 그리고 수시로 살펴 보고 열심히(?) 한다면 나도 못할 것은 없겠구나!  별거 없다!

하고 말이다. 

만약 내가 A제품만을 담당하고 있고, 향후 5주 정도의 DM 를 관리한다고 하면 아래와 같은 표를 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제품명	카테고리	W30	W31	W32	W33	W34
A	DM
	Prod
	RTF
	Short
	판매

블로그에서 자주 사용하던 표이다. 어떤가? 심플하고, 깔끔하고, 작성하기 쉽게 좋게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저 표를 보고 관리하고 발생하는 이슈를 해결하다 보면 자신감이 붙기 마련이다. 그래서 새로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처음에 저정도의 업무를 맡기면 즐거워(?) 하면서 잘한다. ㅎㅎㅎ... 걸렸어. 저 표는 정확히 말하면 2차원의 표는 아니지만, 제품이 1개 이기 때문에 대충 보면 2차원의 데이터 시트 처럼 보인다. (제품 * 카테고리 * 주차 > 1 * 5 * 5, 1을 제외하면 5 * 5 의 데이터 이다.)

자 토가 나올때까지 하나씩 늘려가보자. 

일단은 제품이 몇개정도 느는 것은 담당자(인간) 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겠지만, 제품이 20개 정도 된다고 생각해보자 (20개도 그닥 많은 것은 아니다.)

제품명	카테고리	W30	W31	W32	W33	W34
A	DM
	Prod
	RTF
	Short
	판매
B	DM
	Prod
	RTF
	Short
	판매
C	DM
	Prod
	RTF
	Short
	판매
D	DM
	Prod
	RTF
	Short
	판매
E	DM
	Prod
	RTF
	Short
	판매
F	DM
	Prod
	RTF
	Short
	판매
G	DM
	Prod
	RTF
	Short
	판매
H	DM
	Prod
	RTF
	Short
	판매
I	DM
	Prod
	RTF
	Short
	판매
J	DM
	Prod
	RTF
	Short
	판매
K	DM
	Prod
	RTF
	Short
	판매
L	DM
	Prod
	RTF
	Short
	판매
M	DM
	Prod
	RTF
	Short
	판매
N	DM
	Prod
	RTF
	Short
	판매
O	DM
	Prod
	RTF
	Short
	판매
P	DM
	Prod
	RTF
	Short
	판매
Q	DM
	Prod
	RTF
	Short
	판매
R	DM
	Prod
	RTF
	Short
	판매
S	DM
	Prod
	RTF
	Short
	판매
T	DM
	Prod
	RTF
	Short
	판매

으음... 스압은 미리 죄송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늘어날 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어... 이정도 쯤이야? 1개 제품에서 하던일을 단지 20개로 늘린것이 아닌가? 아직까지는 할만하다고 생각이 든다. 여기서 제품명을 A, B, C, D... 가 아닌 실제 여러분들이 볼 법한 제품명으로 바꾸고, 몇몇의 제품의 생산 사이트가 2개 또는 3개라고 가정을 하자.

만약 어떤 제품의 생산 사이트가 1개에서 2개로 늘어난다면 아래와 같은 표가 생성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한제품, 한 사이트 였을때  (제품 * 카테고리 * 주차 > 1 * 5 * 5) 였던 표가 (제품 * 사이트 * 카테고리 * 주차 > 1 * 3 * 5 * 5) 로 한차원늘어나게 된다. 생산 사이트가 n개 라면 합계를 표시하는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가 더 필요한 n + 1 이 된다. 간략화 하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될것이다. 

제품명	사이트	카테고리	W30	W31	W32	W33	W34
OURCOM_Product_AAA (이름을 간지나게 지어봤다.)	A	DM
		Prod
		RTF
		Short
		판매
OURCOM_Product_BBB	KOR (한국)	DM
		Prod
		RTF
		Short
		판매
	CHN (중국)	DM
		Prod
		RTF
		Short
		판매
	합계	DM
		Prod
		RTF
		Short
		판매

이런것이 향후 5주만 보는 것이 아닌 20주차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하면 아래와 같은 표가 될것이다. (이젠 커서 표로 추가가 안됨)

그리고 우리 회사 제품은 20가지 였다는 것을 잊지 말고 추가해 준다면

이정도면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 느낄 수도 있다.

어? 나 부서를 잘못 정한것 같아...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제품명이 있을 것이고, 제품의 가지수는 여러가지 스펙의 차이나 수량, 구매회사에 따라 다른 제품을 가지게 되어 100~200가지의 제품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매주매주 사라지는 제품들이 생기고 추가되는 제품들이 생긴다. 사라진다고 바로바로 시스템에서 삭제되는 것도 아니고, 추가된다고 해서 바로바로 시스템에 반영 되는 것도 아니다. ㅠㅠ 이런 것들을 체크하는 것도 다 생산관리의 업무 이다. 그리고 시스템에 잘 반영이 된것을 확인 했다면, 이제 표를 작성하면 된다. (일의 시작)

만약 어떤 제품에 들어가는 자재의 리드타임이 6개월, 또는 1년 정도로 늘어난다면 향후 20주까지의 계획이 아닌, 적게는 24주 많게는 1년치 계획을 짜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정도가 되면 이미 사람의 눈으로는 일일히 매주매주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래서 결국에는 생산관리 인력을 줄이고 점점 더 뛰어난 생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람이 하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결국 실수나 허점이 발생한다.

나도 생산관리 시스템을 이용하긴 했지만, 너무나 폐쇄적이고 약간 바보같아서 100% 일을 맡길 수 가 없었다. 월요일 출근을 하면 지난주까지의 여러가지 데이터를 취합해서 주말내내 (시스템이 계산하는데 이틀정도 걸렸었다.) 시스템이 계산한 결과를 확인 했다. 하지만 왜 이런 결과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고, 우선순위 미반영, 자재리드타임 반영이 안되는 등 여러가지 이슈로 인해서 시스템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바로 생산 계획에 적용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사람이(내가) 시스템에 접속, 데이터를 추출, 엑셀에 옮겨 봍혀서, 데이터가 맞는지 한번 주욱 보고 생산계획의 작성을 시작했다. 엑셀에 옮겨 붙히다가 몇줄이 빠진다던지, 시스템에서 내가 담당하는 제품의 필터를 잘못 걸어서 다 출력이 안됬다던지 하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 한주의 생산계획이 망하는 일도 허다했다. 

시스템과 사람의 환장의 콜로보로 그주의 매출은 빵꾸가 나게 되고 나는 이 책임을 시스템에 전가하고는 일찍 퇴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