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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관리 이야기

중소기업 생산관리, 마을주민과의 전투, 새들과의 전투

김직장인 202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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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관리로 일하던 회사중에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회사가 있었다. 태양광 발전소를 보면 알겠지만, 아래 사진처럼 검정색 판을 만드는 회사였다. 잉갓이라는 것을 얇게 썰어서 웨이퍼를 만들고 웨이퍼를 작게 잘라서 칩으로 만든다음 그 칩으로 두둥두둥(?) 하면 모듈이 완성된다. 태양광으로 발전을 하는 프로세스에서 아주 아주 중요한 핵심 제품이다.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일반 유저들 (비어있는 땅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어서 땅을 놀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 과 계약을 하면 환경을 조사 한 다음 작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주는 솔루션도 같이 하고 있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문제 발생

이 A지역은 해안에 맞닿은 지역으로, 개인땅이었고 땅이 바다에 가까워 태양광 발전소의 효율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땅의 주인과 계약을 해서, 발전소를 지어주고 일정 수수료(월세) 를 내면 발생하는 이익을 나눠가지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땅 주인과 거의 협상이 마무리 될 무렵, 갑자기 마을 이장이 두둥 등장했다.

"우리마을에 발전소는 안된다. 발전소를 지으면 새들이 다 도망가서 자연이 파괴된다." 

땅 주인이 이장의 논리를 이기기는 힘들어 보였고, 이장을 설득(?)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건지 고민중이었다. 저렇게 완강히 자연을 사랑하는 분이라니... 태양광 발정소는 친환경적인 발정소라는 것으로 밀고 나가야 하나? 생각도 했다. (이렇게 계획없던 야근을 하게된다.) 아니 이장이 저렇게 반대하는데 어떻게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겠느냐, 이건 파토네 파토 라고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한 과장님이 말씀 하셨다.

"저건 뒷돈 달라는 이야기란다."

실제로 나중에 알고 보니 영업마케팅 담당자와 다시 협상을 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리 마을에 태양관 발전소를 지으려면

"마을회관"

을 지어달라. 였다. 아니 마을회관? 이게 도대체 뭔 말인가? 비자금으로 100만원 200만원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마을회관? 을 지어달라니? 인터넷에서 자주보던 시골 텃세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게 요청할 수가 있단 말인가? 세상에. 이장이라는 단어도, 마을회관이라는 단어도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이게 현실이다. 

해피엔딩

프로젝트 비용 및 환수되는 이익을 계산하고는 회사에서 그 마을에 발전소를 지으면서 동시에 마을회관(10억 상당) 을 지어주기도 했다. (와... 결론이 이렇게 난 것도 충격적이었다.) 이장의 파워는 무시무시하구나 라는 것을 정말 크게 깨달았으며, 나중에 나도 늙어서 우리동네 통장이나 반장을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굉장한 권력(!) 이었다.  결국 몇개월에 걸쳐 발전소를 지었고 이로인해 설사 새들이 다 떠나가고 자연이 좀 파괴되더라도 마을회관을 지어줬으니 그 마을에는 득이 될 터였다. 뭐 회사에서 수익 계산해서 진행한 프로젝트였으니, 일개 생산관리 담당자였던 나는 그러려니 하고 생산과 출하를 시작했다. 

배드엔딩

태양광 발전,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에 딱히 장점이 있는 나라는 아니다. 여름에는 장마기간이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25% 정도 손해를 먹고 들어가며, 중국의 황사나 미세먼지로 인한 효율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우리회사는 그래도 여러 프로젝트 완성 예시도 필요했고, 나름대로 바다에 가까운 지역이라 (햇빛이 뜨거워) 효율도 높을 것이라는 판단, 그리고 마을회관까지 지어줬으니 환경문제등에도 딴지 걸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어느정도 수익이 발생하려던 차였다. 

발전소에 사람이 상주하거나 매일 들러볼 수가 없으니, 보통 CCTV를 통해 발전소의 상황을 체크한다. CCTV 로 발전소를 점검하다가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발전소의 건설과 함께 떠나갔던 새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두배 이상으로 늘어서. 왜? 태양광모듈이 태양열을 받기 때문에 

"따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들이 이곳을 안식처로 삼기 시작했고, 살기 좋은 환경으로 판단하고 더 많은 친구들을 불러온 것이다. 이런... 새들(정확하게는 갈매기였다...) 이 많아지니 태양을 가려서 효율은 감소했고, 새들이 똥(-_-)을 모듈위에 싸서 효율이 더 감소했고, 집을 모듈위에 지어서 효율이 더더 감소했다. ㅠㅠ 태양광 모듈을 매일매일 청소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남에 마을에 포수를 불러다가 총을 쏴서 새들을 쫓을 수도 없는 일이라 그 프로젝트는 망이 되었다. 

 

중소기업 생산관리, 비둘기 잡으러 다닌 이야기 (난 생산관리인데...?)

처음에 생산관리업무를 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전에 다니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 업체 였는데, 옥수수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나는 분명 생산관리로 입사를 했는데, 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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