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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이야기

결국 재능에 대한 이야기, 텔레마케터가 하는 일

김직장인 2022.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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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신의 본업 외에 여러가지 부업이나 소소한 일거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예전보다 더 느끼는데, 누구를 만나도 다들 알게 모르게 부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직접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여러방면으로 관심은 가지고 있더라. 

친구의 집사람은 전업 주부로 여러가지 일을 해보다가 최근 텔레마케터라는 일을 했다고 했다. 텔레마케터? 내가 아는 텔레마케터에 대한 선입견은 굉장히 안좋은 쪽으로 강했다. 취업하기는 쉽지만, 전화를 걸어서 온갖 욕설을 견디며 일정 건수 이상의 계약을 따내거나 물건을 팔지 못하면 몇달만에 쫓겨나는 직업. 그리고 일 시작부터 퇴근까지 계속해서 무작위의 누군가와 전화를 걸고 받아야 하며, 팀장급의 배나온(?) 아저씨가 뒤에서 계속 감시를 하는, 굉장히 기빨리고 어려운 직업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하려는 말은 텔레마케터는 사실 그런 일이 아니었다! 굉장히 좋은 직무였다! 라고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요즘 들어 바뀐건지... 아닌지는 모르게지만, 여러가지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근무시간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나 직장처럼 8~9시 출근에 저녁 6시 퇴근이 아니란다. 회사마다 다른 케바케 겠지만, 지인이 다녔던 곳은 아침 10시부터 저녁 4시까지 근무였다.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들이 많이 일하는 곳이라, 아이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이 가능했고, 4시에 퇴근하면 바로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이라 딱 맞는단다. (여기서 생각보다 직원들 생각을 잘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실적

계약이나 물건을 파는 것에 성공하면 더더욱 좋겠지만, 회사에서 하루에 일하면서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일정 이상의 전화가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예를 들면 하루에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시간, 끊고 나서 다음 전화를 하는 시간 등등을 제외한 실제 고객과 전화가 이어지고 있는 시간이 10분~30분 정도만 하면 하루에 이뤄내야 하는 최소실적이 된다고 했다. (이것도 뭔가 생각보다 깔끔하다.) 내가 지금 전화하는 사람이 보험을 살지, 물건을 살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최소한의 노력을 해서 대화를 이어나가고 설명을 하는 상황을 만들라는 의미같다. 

다만, 그중에서도 실적이 잘나오는 사람, 안나오는 사람은 나뉜다고 한다. 실적이 잘나오는 사람들은 한달에 10~20건 이상의 계약을 따내기도 한다. 실적이라는 것이 누적이 되서 (예를 들어 보험이면 고객이 보험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수익이 추가된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1억 이상의 연봉을 받... 아니 한달에 1억이었다. 충격. 

지인은 한달에 3~4건 정도 계약을 하는 중간 이상의 실적이었다고 했는데, 한달 월급이 300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10시부터 4시까지 하루 6시간 주5일 일하고 300이면 굉장히 괜찮은 직업이 아닐까? 텔레마케터를 다시는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재능

실적이 잘나오는 사람들이 계약을 따내는 전화통화의 녹음 파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듣고 공부하라고 공유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이 자료를 듣고, "아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대응하면 되겠구나" 하고 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고, 듣는 순간, 엄청나게 세련되고, 설득될 것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목소리인지 재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목소리와 말투를 듣다 보면 자신도 물건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그렇다고 그사람들이 특별히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습을 한것도 아닌 것 같은 상황이었고... 목소리 재능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나도 들어보고 싶다.-_-)

기승전 재능이 되어 버렸지만, 실제 현실에서 재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프로그래머팀에서도 재능있는 한사람이 10명, 20명 이상의 일을, 더 쉽게, 더 빨리 해낸다. 같이 교육을 들어도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코딩 속도 실력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 등 여러가지에서 차이가 난다. 나같은 범인들도 노력을 하면 어느정도는 따라갈 수 있겠지만, 현실은 동화가 아니다. 내가 노력하는 동안 그들은 나무 밑에서 쉬는 것이 아니다. (설사 나무밑에서 쉰다고 해도 재충전 해와서 더 빨라지는 경우가 있다.) 내가 1년에 1%씩 쫓아가서 뭘 어쩌겠는가? 140살에 따라잡을 것인가? 아니면 200살? 재능을 따라잡는 것이 아니다. 절레절레

뭔가 슬픈 결말이 되어버렸지만, 두가지로 요약해보자. 

1. 나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계속 찾아야 한다. (아직도 모르겠다.-_-)

2. 광고 전화오면 10초 이상 받아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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