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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이야기

실력이 없는 상태에서 외주작업을 의뢰하면 (아웃소싱의 위험성)

김직장인 2021.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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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작업에 대해서 우리회사가 아닌 다른, 더 전문적인 작업을 해줄 수 있는 회사에게 제품의 생산이나 용역을 위탁하는 것을 아웃소싱 이라고 하죠. 저는 개발을 시작한지 1~2년 정도 밖에 안되었을 때, 갑자기 회사에서 안드로이드 앱 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을 받았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황당합니다. 연차가 1~2년 밖에 되지 않았고, java 도 해보지 않은 개발자에게 갑자기 몇개월 내로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라고 하다니... 실제로 안드로이드 앱을 상품화하려면 기능구현이 되어있는 안드로이드 코드와 그 앱을 구성하는 버튼등의 디자인, 전체적인 UX 를 구성하는 기획이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당시 어떤 기능이 들어가야 하는지 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일단 만들어야 한다고 하다니... 지금도 근본 없이 일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때는 더 근본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 열심히 하면 나도 전문가가 될수 있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서점에 가서 [Do It 안드로이드 앱 프로그래밍] (3판이었나...) 한권 사서는 마치 대학생이 자기 전공을 나타내는 두꺼운 전공책을 악세사리처럼 가지고 다니듯이 가지고 다녔습니다. 얼마나 멋있었을까요? 500 페이지 짜리 안드로이드 앱 가이드 북이라니 ㅎ.ㅎ

결국 디자인이 전혀 없는 데모 테스트 버전의 앱은 어찌저찌 만들었으나, 출시를 위해서는 디자인과 UX 가 문제였습니다. 제가 만든 데모 앱에 비싼 디자인를 입힐 수는 없었으니, 외주작업을 하기로 정하고는 앱 을 만들어주는 업체를 수소문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러번의 방문과 회의를 통해서 한 업체를 컨택했습니다. 개발 연차는 1~2년 이었지만, 그래도 회사다닌지는 5~6 년 정도 되는 대리급이기에, 외주를 시킬때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줏어들었고, 그 동안 이제까지 하던 일은 외주나 외부업체와는 만날일이 없던 직무였던지라,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어요.

아, 이게 바로 "갑" 이 되는 외주작업, 하청 의뢰구나!
내가 말하는 대로 다 만들어 주는건가?

외주작업을 요청하면서 몇가지 개인적인 목표도 있었습니다. 이 업체에서 만들어주는 앱과 코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서 모르는 것 많이 물어보면서 안드로이드 앱 전문가가 되어야지, 그리고 다음 앱은 내가 한번 만들어 볼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지 등등... 

하지만 결과적으로 느낌 감정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실력이 없는 갑은 호구가 된다. 

제가 착하고 여린성격에 고만고만하게 생겨서 역사적으로도 갑이 될 인재는 아니었습니다. 외주업체에서 저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을때가 있었는데, "이기능은 왜 이렇게 구현해야 하죠?", "이쪽은 불라불라 기능을 구현할 껀데 괜찮으시죠?", "뭐뭐한 코드를 참고해서 적용할껀데 어떠세요", 아마도 몇가지 질문을 해보고는 외주업체에서 이렇게 생각을 한것이 확실합니다. 

아 여기 앱 하나도 모르네... 망했다. 알아서 내가 만들어야 하는건가?
호구네... 뭘 만들던간에 OK 해주겠다. 

외주는 주는쪽에 아무리 의욕이 넘치고, 개발의지가 확실하다고 해도 실력이 없으니, 결국은 거의 호구를 잡히듯이 끌려다녔습니다. A라는 기능을 요청하고 싶어도 실제 A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버튼의 배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사용자의 어떤 사용 프로세스에서의 변화가 생기는지 A기능이 들어갈 위치는 어디인지, 실제 안드로이드 OS 에서 A기능이 잘 작동하는 상황인지, iOS 에서도 구현이 가능한 기능인지 등등. 단순히 A기능 추가요! 하고 말하기에는 제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능을 추가 요구하기 위해서는 이메일이나 전화로는 도저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고, 결국 서울에 있는 그 회사에 매일매일 찾아가서 손짓발짓 (개발용어를 잘 모르니 손발이 고생합니다... ㅠㅠ) 설명을 하고 이해를 시키고, 다시 내가 이해를 하고, 왜 안되는지, 왜 고쳐야 하는지 등 매일매일 고생을 사서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뭐 그래도 많이 배웠다, 좋은 경험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개발 외주를 주기전에는 목표가 확실해야 했고, 어느정도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외주 담당을 맡는 것이 의사소통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한번도 해보지 못한 UART 뚫는 작업을 하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아니 왜 UART가 뭔지도 모르는 나한테 UART 뚫는 작업을 시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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