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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관리 이야기

밤이나 주말에 회사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대기하는 사람들 (생산시스템)

김직장인 2021.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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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에서 생산관리 담당자는 성향이나 이슈에 따라 밤이나 주말에 회사 가까운 거리에서 대기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물론 상사가 "너는 오늘 남아서 체크좀 해라" 하면 말짱 꽝입니다만...)

 

생산관리 담당자는 밤이나 주말에도 대기해야 하는가?

생산관리 담당자에게 주어지는 업무가 회사마다 많이 차이가 가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생산관리라는 직무의 기본적인 업무는 회사의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지만, 회사의 역량이나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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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관리와 관련은 조금 없지만 재미있는 일을 몇번 겪은 적이 있어서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금요일이었습니다. A제품의 이번주 일별 생산계획은 아래와 같았고, 금요일까지 생산 후 토요일 아침에 바로 선적해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야 하는 급한 제품이었습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생산계획 100 100 100 100 100    
생산실적 100 100 100 50 ?    
출하           500  

어제 (목요일)에 생산계획 100 대비 생산실적이 50 만 잡혀서 혹시 생산에 문제가 있는지 오늘 (금요일) 아침에 문의했더니 실제 생산은 잘 되었는데 시스템이 느려서 목요일 생산실적으로 잡히지 않았고, 금요일에 추가로 진행 될 거라는 말을 들은 터였기에 안심을 하고, 퇴근 후에 피씨방이나 갈까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오후 4시, 5시가 지나도록 금요일 생산실적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생산실적이 시스템에 올라오지 않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어제 시스템에 지연되서 안올라온 50 은 이미 올라왔어야 정상아닌가? 조금씩 칼퇴를 못할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스물스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역시나 오후 6시가 되도록 생산실적은 "0", 급하게 제조에 문의를 넣었고, 실물 생산은 잘 되고 있으나, 시스템 문제로 입고를 못 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니 시스템 문제로 입고를 못 잡으면 시스템에 문의를 해야죠? 문의 했어요? 돌아온 대답은 언제나 그렇듯이 "그걸 제가 물어봐야 하나요?".

-_- 망했다.

망했네요. 금요일 오후 7시에 이슈가 생겼습니다. [시스템 오류에 따른 입고 지연] 이라는 메일을 쓰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메일 쓰고 전화 돌리면 오후 8시가 될것이고 오늘 칼퇴는 물건너 갔다는 슬픔에 전율합니다. 하지만 이 이슈를 알아낸건 나 혼자 이기에 그냥 집에 갔다가는 월요일 팀장님의 불똥을 맞는 것은 뻔한일. 내가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 부서에서 퇴근하지 않은 것은 나 혼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오후 4시에 생산실적을 확인 한것인지... 앞으로는 불길한 예감이 들면 체크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고 메일을 이어서 써나갑니다. 

오후 9시 여차여차 B라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B 시스템의 담당자를 알아낸 것은 오후 10시경 (금요일 이 시간에는 대부분 퇴근을 해서 생각보다 일이 느리게 진행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스템 담당자에게 사내전화를 해보지만 이미 퇴근한듯 하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봅니다. 금요일 밤 10시에. 그것도 시스템 고쳐달라고. 아마 나를 제정신으로 안볼듯합니다. 

전화연결음을 들으며 기다리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전화가 된다고 해도 과연 이 사람이 이걸 고칠 수 있을까? 자는 건 아닐까? 술을 마시고 있지 않을까? 여행을 갔으면 어떻게 하지? 와달라고 해야 하나? 그게 맞나?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는 순간 시스템 담당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시스템 담당자: 여보세요?

나: 아... 네 생산관리입니다. 통화 되시나요?

시스템 담당자: 네... 누구세요? (서로 처음보는 사람)

나: ㅁㅁㅁ 입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A제품 급하게 입고 잡아서 내일 아침에 출하 해야 하는데, 어제부터 입고가 안잡히고 있어서요. B시스템에 오류가 있다고 하는데... 혹시 이거 확인이 가능할까요?

(여기까지 말하면서도 내가 지금 금요일 밤에 무슨 부탁을 하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

시스템 담당자: 네. 지금 가겠습니다!

나: ???

신기하게도 그는 퇴근 후에도 멀리가지 못하는 운명이었고, 1시간이내에 다시 회사로 출근, 서버를 재부팅하고 수정하여 입고처리를 밤 12시 경에 모두 마칠 수 있었다. (밤 12시 전에 입고 잡으면 아래와 같이 깔끔하게 클리어)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생산계획 100 100 100 100 100    
생산실적 100 100 100 50 150    
출하           500  

나중에 들었지만 시스템 담당자들, 특히 생산/제조에 관련된 시스템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24시간 문제 생기면 바로 뛰쳐나올 수 있도록 대기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실제 생산은 잘되었는데, 시스템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바보같은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를 하는 것으로 보였고, 그때 그 담당자는 그날 대기를 타던, (근처에서 놀고 있던 것으로 보였지만) 그 사람이었던 것이다. 금요일 밤 10시에 나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아무렇지 않게 나와서 처리하던 그 사람은 지금 중국에 주재원으로 가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시스템 고치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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