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관리에서 생산계획을 내립니다. 오늘 A제품의 생산계획은 1000개입니다. 실시간으로 이 생산수량을 하나하나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 보통 내일이 되면 하루 전날의 생산실적이 어느정도 되었는지 대략적으로 체크를 합니다. A제품의 생산계획은 어제... 1000개, 그리고 실적은...?
생산실적 : 1000
생산관리 : OK 굳!
A제품재고 : 1000 (block)
생산관리 : 어? 생산 다 했는데, 왜 블락 먹었지? .. 불량 터졌구나.
A제품의 생산은 1000개가 완료 되었지만 마지막에 품질검사에서 불량이 일정 비율 이상으로 나오자 품질에서 같은 날에 생산했던 A제품에 대해 모든 수량을 블락 시켜 버린 것입니다. 불량이 나왔으니 일단 가장 무서운 "라인 스탑" 이 발생합니다. 적어도 오늘 아침 0시부터 내가 지금 출근하기까지 8시 까지 일단 8시간 이상 라인이 스탑, 즉 생산이 정지 = 생산차질이 이미 추가로 일어났고,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1시간 1시간 계속 해서 생산차질이 실시간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메일은 수십통이 와 있구요. 자 즐거운 하루의 시작입니다.
여러부서의 이해당사자들이 있습니다.
품질
에서는 어제 1000개의 완성품을 검사중에 랜덤 샘플링을 통해 10개를 추가 검사했더니 3개 이상, 즉 30% 이상의 불량이 발견되어 모든 생산 제품에 대해 블락을 걸어 놓았다. 즉 대책 수립 전까지 출하금지를 걸어 버렸습니다.
영업
에서는 어제 생산한 1000개를 출하시켜야 합니다. 고객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고객님, 제품에 불량이 발생한 것 같아서요^^; 대책 수립하고 불량 아닌 것만 골라서 빨리 보내드릴께요!
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불량이 나왔다고 자폭하는 꼴이 됩니다. 일단 불량이 없는 것을 하나하나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고객사에게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최대한 출하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개발과 제조
에서는 불량이 왜 발생했는지, 어디서 발생했는지 찾아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불량을 제거해야 하는 부서입니다. 제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적용, 그리고 품질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아무리 자체적으로 적절한 솔루션을 찾았다 한들, 품질에서 오케이 하지 않으면 더이상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생산관리
에서는 일단 생산실적 차질이 발생한 것을 지켜봐야 합니다. 생산차질은 곧 100% 추가 생산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에 따른 생산계획의 증량과 수정이 예상됩니다.
구매
에서는 추가 생산이 필요한 수량을 잘 보고 있다가 거기에 필요한 추가 자재를 빠르게 수급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예상보다 급한 생산이 될 것이니 긴급한 사안이 될겁니다.
개발에서는 불량판정의 범위가 너무 넓다며 줄여달라, 사실 30%의 불량은 다 양품인 것이다. 이거 봐라. 잘 작동이 되지 않느냐? 라고 화를 내고, 품질에서는 절대 품질범위 외의 제품은 고객사에 줄 수 없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생산관리는 토론의 장을 열어주고 솔루션을 받아가면 되지만, 어디 앉아서 팝콘을 먹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옆에서 긴장한 척 비장한 척 하면서 앉아서 둘의 대결을 구경합니다.
보통 실무자선에서 해결이 안되면 개발팀 대장, 품질팀 대장까지 출전합니다. 하지만 뭐... 크게 다른점은 없습니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완고하다면요. 여기서 사장님까지 등판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경우! 이렇게 결론이 날 수 있습니다.
이거 솔루션도 금방 안나오고 급하니까, 일단 출하시키고 품질이 가서 몸빵해.
품질 : 헉...
자 이게 무슨 말인지 한번 다시 볼께요. 일단 불량이 있는 것 같지만 (아니 사실 불량이 있지만) 모른척 하고 고객사에 일단 물건을 출하 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만약에 고객사에서 불량품을 발견 한다면, (발견 못하기를 기도합시다.) 품질이 일단 출동해서 어떻게든 해결을 하라는 겁니다. 너네가 알아서 해, 몸빵으로 버텨. 일단 오늘은 출하하니까 즐거운거죠.
생산관리 입장에서도 일단 출하 했으니까, 모든 지표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생산차질도 없고 블락된 재고도 없어요.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 하게 됩니다.(?)
여러가지 사연을 듣다 보면 종종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특히 품질경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장님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품질이 가서 몸빵하라고... 품질이 그런거 하는 곳 아니냐고 하시면서요. 사실 이 사례에서 품질은 샘플링 검사로 불량을 잘 잡아낸 경우이고, 출하를 막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불량이잖아요? 불량인걸 알면서 사장님의 명령에 따라 출하한다면, 불량출하를 허가해준 이상한 품질팀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사장님의 명령에 따랐으니, 업무태만도 아니고, 뭔가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겠죠. 여기서 고객사가 불량을 찾아서 이거 뭐냐고?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질러버리고 싶을 겁니다.
사장님이 그냥 출하하라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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