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는 현장에서 야간이든 주말이든 도움이 필요한 연락이 오면 언제나 등장해서 상냥하게 일을 처리하는 직원에 대해 칭찬하고 현장에 변화를 위해서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이런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책이 좀 오래되서 그런가... 내용이 좀 꼰대 같다. -_-) 물론 저렇게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서로서로 신뢰를 하고 도와가며 일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일한다면 좋겠지만, 이번에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생산관리로 일하면서 동료 직원이 쓰러져서 실려갔다는 이야기를 몇번 들은 적이 있다. 그중에 생산기술, 즉 설비를 담당하는 직원의 이야기다. 이 친구는 라인에 있는 설비의 셋업부터 수리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책에서 말하는 그대로 설비가 멈추거나 문제가 생기면 생산에 영향이 가기 때문에 생산직 직원들로 부터 (생산직은 3교대) 바로 전화가 왔고, 자다가도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설비담당 직원을 한명 더 늘려주면 일을 나눠서 해서 부담이 덜 했을텐데, 후임으로 오는 사람들이 족족 이 업무가 힘들다며 다른 곳으로 도망갔고, 몇년을 거의 혼자서 일했다. 24시간 밤낮없이 일했기에 평가는 좋았다. 그렇지만 알게 모르게 체력이 많이 소진 된 모양이었다.
어느 주말 이 친구는 평소와 다름 없이 라인에 들어가서 설비를 만지고 있었고, 수리가 다 되었는지 확인차 연락을 했지만,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답답해 하던 사람들이 라인으로 직접 들어갔고, 쓰러져 있던 그를 발견했다. (회사에서 사람이 쓰러졌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각보다 충격이다.)
짧게는 1~2주, 길게는 한두달을 밤낮없이 라인으로 불려오다 보니 건강이 완전히 맛이 가서 설비 수리중에 라인에서 쓰러졌던 것이다.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도 늦게 발견하게 되는 등 문제가 되었고, 워라벨은 커녕 휴식시간도 제대로 가질 수 없었던 것도 문제가 되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 없이 다시 출근 (또 출근이라니 -_-) 할 수 있었다. 만약 잘못쓰러지면 부디칠곳이 많은 설비 사이에서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언제나 연락을 하면 오는 직원이라는 것이 회사의 입장에서, 공장의 생산성 면에서, 직원이 평가와 신뢰 면에서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직원 개인의 속을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빨리 눈치 채야 한다. 높은 사람들이 직원을 쓰다가 버리는 듯한 행동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누군가 막아줘야 하는데, 매출에 영향이 가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아무도 막으려고 하지 않는 것을 자주 봤다.
결국 사람이 쓰러져야 멈추더라.
나도 연차가 쌓이고 나이를 먹기 시작하면서, 예전같지 않게 야근을 하면 예전보다 더 피곤하고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나는 야근에 단련되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내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일에 올인한다면 언젠가는 쓰러질 리스크가 있고, 운 나쁘면 뒤통수로 넘어져서 굿바이 할지도 모른다.
건강을 바쳐서 짧고 굵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일할 것인가,
건강하게 가늘게 더 오래 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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