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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관리 이야기

월말에 벌어지는 생산관리팀의 이야기 (반품, 자료작성, 재고)

김직장인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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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이 되면 한창 이번달 매출 자료 준비를 위해서 업무가 한창이다. 우리회사는 1, 2, 3 ... 10까지 10가지의 제품군으로 크게 나누어 제품을 만들고 있고, 나는 그중에서 3번과 4번 제품군을 담당하는 생산관리다. 다행히 이번달 내 담당 제품들의 출하는 계획대로 잘 되었고, 일찌감치 자료 작성을 끝내고 눈치 안보이게 쉬고 있었다. 

"선배님~ 혹시 3번 제품 이번달 불량난거 반품 된거 있어요?"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다른 사람 알게 모르게 눈칫껏 쉬고 있는 나에게 시련을 준다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내가 쉬는걸 눈치 채고 쓸데 없는 일을 넘긴다고 생각해야 하나? 팀장님이 갑자기 불량에 관련된 자료를 회의 자료에 추가하기 위해 새로운 이슈를 억지로 잡아 넣은 걸까? 그렇다면 오늘도 일찍 퇴근하기는 글렀다. 어떤 이유던 3번 제품의 불량 반품에 대한 숫자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3번 불량 반품... 들은건 없는데 잠깐만..."

3번 제품의 불량 반품 내역이 시스템에 없다. (시스템 부서에 반품관련 메뉴좀 만들어 달라니까, 맨날 알았다고만 하고 만들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기준으로 내가 구해야 한다. 일단 3번 제품의 생산량을 본다. 이번달에 3번 제품은 100개 만들었다. 그리고 판매는 150 개 했다.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지난달에 생산한 물량이 재고로 있기 때문이다. 월초 재고를 보니 80개 이다. 이제야 좀 머리가 돌아간다. 

월초 재고 + 생산량 - 출하량 = 현재 재고

캬캬캬, 80 + 100 -150 = 30 이번달 월말 재고는 30이 되겠구나. 하고 재고 수량을 봤다.

200

200 이었다. 뭔가 잘못된것 같아 시스템의 여러가지 옵션을 다시 한번 확인 하고 조회버튼을 눌렀지만,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오늘 집에 일찍 가려는 마음은 오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칼퇴가 내손에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작성할 자료가 아직 많이 남아있네? ㅋㅋㅋ) 앞이 안보인다. 뭐지? 시스템이 맛이갔나? 시스템이 맛이가도 그걸 증명하고 수정요청 보내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고, 그렇다고 회의 자료를 안 만들수도 없다. 

"시스템 오류로 이번달 매출 자료는 못만들었습니다."

이런 변명이 통할 리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200이란 숫자가 실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ㅠㅠ 뭐지? 하는 수 없이 시스템에 나와있는 것을 다 살펴 보기로 한다. 200개의 재고에는 각각 lot 넘버가 붙어 있다. 이 lot 넘버를 하나하나 조회해서 추적하면 일단 언제 만든건지 확인할 수 있다. 탐정이 된 기분으로 조금씩 추적을 시작해 보자. 시스템에서 자료추출 버튼을 눌러 자료를 다운 받는다. 물론 lot 넘버가 나오도록 설정을 해 줬다. 그리고 나온 데이터는 csv 파일이다. (졸라 크다.) 필요한 자료만 대충 떼어 와서 엑셀 파일로 옮기고, 피벗테이블을 돌려서 lot 넘버로 모아준다.

170개는 지난달에 만든것, 30개는 이번달에 만든것이다. 처음에 예상했던 월말 재고 30개는 다행히 재고로 있다. 더이상 30은 생각안해도 되겠다. 170개만 확인해보자. 지난달에 만든게 왜 있지? 선입선출이 안되었나? 그건 둘째치고, 랏넘버에 이상한 경고가 붙어있는걸 확인한다. 

"반품"

아... 반품 된거네 170개나... 그래서 자료를 만들기로 했구나. (팀장님이 나보다 반품에 대해 먼저 알게 된거다. 나 죽일려는 자료네 ㅋㅋㅋ) 파워포인트 페이지 제목은 "3번 제품 반품 및 처리방안" 정도가 되려나. 몇가지를 더 확인해보자. 생산관리인 나도 모르게 몰래 들여본 반품수량이라. 분노가 오른다. 분명 나한테 미리 말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부럴... 가만 보자 반품이라는 멘트를 단놈은... 품질의 아무개네. 

당장 품질 아무개에 전화해본다. 170개 반품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려고.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지도 물어본다. 이 170개는 다행히 불량때문에 반품된것이 아닌, 고객사의 요청에 의해 다른 사이트로의 이동을 위해서 반품이 된것이었다. 아니 그걸 왜 받아주냐고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이었어? 그냥 고객사끼리 이동하면 될것을. 참 속편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여튼 반품을 잡으면 매출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깜빡한 사람들을 위해서 이번달 매출 적자내고 싶지 않으면 이번달 30일 안에 다시 출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고 매출에는 영향이 없도록 추척 관리하기로 했다. 매일매일 품질팀에 전화해서 출하 계획 문제 없는 지 확인하는 일이 추가 되었다. 

대충 170개의 재고에 관한 진상조사가 끝났고, 후배에게 숫자를 넘겨줬다. 

"170개야, 고객사 사이트 변경에 따른 반품이고 별도의 품질검사 없이 27일까지 재 출하 예정, 품질에서 진행 예정"

이렇게 하루가 또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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